본문 바로가기
호주살던이야기&일상생활

내가 호주이민을 포기한 이유, 외로움-1

by 나리자몽 2020. 3. 30.

아마 내가 이민을 포기한 이유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인간이, 아니 내가 이렇게나 사회적인 동물이었다는 것을 호주에 사는 동안 절절히 깨달았다

 

 

호주에서 살던 동안 많은 나라에서 온 사람들을 만났고, 친하게 지내기도 했지만 나는 너무나 외로웠었다.

 정확히 말하면 한국 사회가, 한국 사람들이, 내가 속해있던 집단이 그리웠나 보다.

 

 

물론 나이가 들고 서로 바빠지면서 자주 못 만나는 것은 한국에서라고 해도 크게 다를 바가 없지만 내가 느낀 해외에서의 외로움은 뭔가 그 깊이가 달랐다.

 

 

글로 설명하자니 뭔가 찰떡 같은 비유를 찾기가 어려운데,

워홀 막차를 타고 온 대학교 친구가 어느 날 나에게 그런 말을 했었다.

 

한국에서 혼자 타지에 자취하며 살 때의 외로움이 그냥 커피면 해외에서의 외로움은 티오피라고.

 

 

 

 처음엔 좋았다. 운이 좋게도 남편과 나 둘다 워홀비자 소지자로서는 들어가기 힘든 곳에 우연찮게 일을 구하게 되었다. 비교적 좋은 시급에 편하게 일을 한 덕분에 모든 것이 순조롭게 시작됐었다.

 

둘이서만 놀다 보니 복작거리며 여러 사람과 어울리는 것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친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호주 이민을 결심한 후 학교에 입학하면서 만난 다양한 나라 출신의 친구들과 가까워져 친해지기도 했었고, 나와 처지가 매우 비슷했던 옆집에 태국언니 부부네와도 자주 어울렸었다.

 

 

 

하지만 내 영어실력이 엄청 유창하진 않았고 (혹은 내가 엄청 뛰어난 영어실력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서로 살아온 문화와 배경이 다르다 보니 점점 한국에 대한, 한국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이 생겨났다. 한국말로 수다 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내가 다녔던 직장, 학교는 한국인이 정말 드물었다. 학교야 내가 영어실력을 늘리려면 한국인이 적은 편인 곳을 가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스스로 선택한 경우지만 이상하게도 워홀시절 일하던 인쇄회사, 학교를 다니면서 일했던 카페, 내 영주권 비자를 스폰해 준 업체 모두 한국사람은 내가 유일했다.

 

 

 그럼 한국사람들을 만나려고 노력하면 되는 것 아니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는데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지역커뮤니티 모임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었고, 유학원 세미나 등을 통해 친해진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자기와 코드가 맞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관계가 지속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을 찾을 수 있는 집단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 서로 마음에 맞는 사람을 찾기 쉽지 않을뿐더러 조금 친해졌다 싶으면 각자의 사정으로 이사를 가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일이 빈번했다.

 

 

조금 친해지면 다들 떠나버리거나 혹은 내가 떠나야 하니 애초에 마음을 열지 않는 것도 조금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이 외로움은 영주권을 신청한 후 작은 시골마을에서 사는 동안 극에 달했는데 거기에 더해 각종 서러운 일들이 터지다 보니 결국 오랜 기간 준비했던 이민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