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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살던이야기&일상생활

호주 에스페란스 바다 여행

by 나리자몽 2020. 3. 24.

짧고 길었던 호주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오고 나서,

내가 여태껏 호주에서 봤고, 배웠고, 느꼈던 것들과 호주 이민을 포기한 이유들을 주로 정리하기 위해 이 블로그를 처음 열었지만 막상 기록하려고 보니 호주에서 행복했던 순간들 또한 많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렇다고 호주로 돌아가고 싶은 건 아니다, 그냥 여행으로 가고 싶다.)

그 중에 손꼽히는 경험 중 하나가 바로 에스페란스 여행이다.

내가 영주권을 준비하면서 살았던 호주 서부의 대도시인 퍼스에서 에스페란스까지의 거리는 약 700km로 차를 운전해서 쉬지 않고 달린다면 7시간반 정도가  걸리는 곳에 위치해 있다. 때문에 호주에 살면서도 한번 가본다 가본다 하던 것이 쉽게 엄두가 나질 않았는데 어떻게 기회가 생겨 에스페란스에 다녀오게 되었다.

바다가 예뻐봤자 그냥 바다일 뿐이지, 퍼스에서 차로 몇 분만 달리면 멋진 바다가 잔뜩 펼쳐져 있는데 왜 굳이 멀리 차를 끌고 몇 시간이나 달리고 달려서 바다를 보러 가는 것이지? 처음엔 약간 의아했었다.

하지만 에스페란스에 도착하여 그 바다를 보는 순간,

아 이곳은 바다만 보러 와도 충분히 넘치는구나, 어머 여긴 와야 해 라는 생각이 마구마구 들었다. 아니, 사실 그때의 느낌을 가장 근사하게 그리고 근접하게 글로 표현할 자신이 없다.

에스페란스의 바다는 몇 시간을 달려서, 오직 에스페란스를 목표지로 며칠 동안 자동차 여행을 하더라도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자신할 수 있다. 내가 죽기 전에 에스페란스 바다를 봤다는 사실마저 정말 다행이다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나와 같이 에스페란스에 갔던 일행들은 모두 에스페란스가 그렇게 예뻐? 라고 반신반의하던 상태로 출발했지만 그 바다의 황홀함을 보는 순간 모두 바다만 보러 오기에 충분하고 넘치는 곳이라는 것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다들 한동안 넋을 잃고 바다만 바라봤었다.

도대체 얼마나 아름답길래?

너무 아름다운 풍경은 사진으로 다 담아지지 않는다는 말을 종종 들었었는데 에스페란스를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는 동안 그 말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았다.

사진에는 그 아름다움이 반도 담기지가 않았다. 오래된 아이폰6플러스를 이용하여 찍은 사진들이긴 하지만 아무리 좋은 카메라를 들고 온다 한들 에스페란스의 아름다움을 담을 순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가슴이 벅찰 정도로 눈이 부시고 빨려 들어갈 듯한 파란 바다의 빛깔이 호주의 밝은 햇빛과 부딪히면서 나오는, 마치 환상 같았던 풍경들이 카메라 렌즈가 담기에는 너무 영롱했다.

 그래도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남겨야겠기에 평소에 사진을 그다지 많이 찍지 않는 편인데도 계속 셔터를 눌러댔다. 내 블로그 홈 화면에 걸어 놓은 저 사진도 바로 에스페란스의 바다 사진 중 하나이다.

에스페란스의 바다 풍경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준 요소가 하나 더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에스페란스 바닷가 모래사장을 돌아다니는 캥거루들이었다.

바다를 산책하는 동안 모래에 누워서 일광욕을 즐기는 캥거루들을 종종 목격할 수 있는데 사람들에게 익숙해진 탓인지 살짝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았다.

(가끔 예민한 성격을 가진 캥거루들도 있으므로 만지려고 하거나 너무 가까이 가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트와일라이트비치(twilight beach), 웨스트비치(west beach), 블루해븐(blue heaven)이 가장 사람들이 많이 찾고, 수영하기 좋았던 해변으로 기억한다. 그리 크지않은 도시이므로 차를 끌고 해변 여기저기를 전부 돌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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